박물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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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마이뉴스 대구경북 / 문화 2012.6.30

한반도 모양 '무궁화 지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

[대구 박물관 여행 1] 자수와 민화 전문 '박물관 수'

                                                                                                                  정만진 (daeguedu)



▲ 무궁화 지도수. 왼쪽은 남궁억의 무궁화 지도수 도안에 따른 1950년대 작품이고(32*44cm), 오른쪽은 그와 흡사한 근대 작품이다(32*40cm).

ⓒ 박물관수 남궁억


중앙정부 토목국장이었던 남궁억. 1910년 나라가 망하자 47세의 나이로 평교사가 된다. 아이들에게 독립사상을 고취하고, 애국가사를 지어 보급하고, 한글 서체도 직접 창안하여 가르친다. 그러나 지나친 몰두는 병을 낳고, 그는 결국 선조의 고향인 강원도 홍천으로 낙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남궁억은 교육사업을 펼친다. 학교를 세우고, 무궁화 묘포장을 만들어 온 나라에 '나라꽃'을 퍼뜨리는 운동에 매달린다. 그는 마을사람들과 아이들이 굶는 것을 보고 자신도 굶는다. 사람들이 춥게 잔다고 스스로도 학교 안에서 가마니를 덮고 잔다.

남궁억은 60세에 이르러 독립운동 비밀 결사체인 '십자당'을 조직해둔 것이 드러나 일제에 체포, 투옥된다. 여덟 달에 걸쳐 극심한 고문을 당한 끝에 출소하지만 후유증으로 타계한다.

대구의 한 전문 박물관에서 남궁억이 도안한 무궁화 지도수를 본다. '박물관 수(繡)'의 해설에 따르면,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 지도수 도안은 "해방 이후 여고생의 실과 시간에 애국 애족의 마음을 담은 자수 도안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유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처음 본다. 정부 고관이었던 초로의 남자가 시골 학교 교사가 되어, 망국의 한을 품은 채 직접 무궁화 자수 도안을 창안하고 있는 광경이 떠오른다. 남궁억은 무궁화 지도 수 도안을 그리면서, 차마 눈물도 흘릴 수 없어 속으로만 흐느끼고 있었을까? 그의 도안에 따라 어느 여학생이 수를 놓은 자수 작품 앞에 서서 문득, 나는 눈물이 툭 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에 젖는다.


 

어릴 때 베고 자던 태극문 베갯모가 여기에


▲ 태극문 베갯모(12*10*23cm, 근대 작품). 가운데 태극을 씨앗수로 꼼꼼하게 수놓은 자수 베갯모이다.

ⓒ 박물관 수 베갯모

요즘 세상의 것과, 지금 장년이 된 사람들이 어릴 적에 덮고 또 베고 잤던 이불과 베개는 전혀 다르다. 모양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다. 물론 무게도 다르고 천의 질감도 판이하다.

'박물관 수'(이하 '수')에서 1960년대, 그리고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집에서 썼던 베개를 본다. 아니, 베갯모를 본다. 국화문 자수의 베갯모, 복자문 자수의 베갯모, 화접문 원형 자수 베갯모, 태극문 베갯모 등이다. 그런데 '수'의 전시실에 고이 모셔져 있는 1,800년대 중반부터 1,930년 사이의 작품들과, 어릴적에 할머니가 정성껏 수를 놓아 완성하던 '우리집 베갯모'가 대동소이하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통 사회의 문화가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가, '수'의 이경숙 관장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꽃에 많은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면서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왔습니다" 하고 말한다. "특히 자수에 아름다운 화문(花紋)을 화려하게 베풀어 겨울의 삭막한 생활 공간 속에서도 따뜻한 봄의 기운과 행복의 기운을 불러오는 지혜를 담았던 것이지요."


자수와 민화를 연구하고 진흥하는 것이 목표


 


▲ 태극과 무궁화문을 수놓은 1960년대 작품(17*23cm).    ⓒ 박물관 수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우리 문화의 소중함과 생활 역사를 가르쳐줄 수 있는 특이한 '박물관 수'(이하 '수')는 2010년 12월에 개관했다. 출발하면서 '수'는 "자수와 민화를 통해 우리 문화의 가치와 효용을 올곧게 정립하고, 또 자수와 민화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문화로 체계화하여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그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문을 연 지 1년 반밖에 안 되는 '수', 하지만 벌써 세 번이나 기획전을 열었다. 2011년 2월의 '오복을 부르는 꽃 수 전- 복주머니와 자수 베갯모', 2011년 6월의 '한국의 근대 십자수' 전, 2011년 8월의 '대구 세계육상 선수권 대회 기념 특별전- 태극 무궁화전'이 바로 그것. 2011년 3월에는 '제 1종 전문 박물관 9호'로 등록도 되었다.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어린이 민화 지도자 과정, 어린이 자수 지도자 과정, 어린이 체험 강좌, 토요 문화 학교, 그리고 성인 교양 강좌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 5일제 도입에 따라 펼치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준비된 '세대 공감! 할머니와 함께 하는 민화, 자수 프로젝트'는 성황리에 끝난 1기에 이어 오는 7월 14일부터 2기를 열 계획이었지만, 이미 정원이 다 찼다.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원 차원의 전문 교육과정도 개설되어 있다. 학예사 자격시험 준비과정, 섬유예술 지도자 과정, 전통문화예술 지도자 과정, 창의 융합교육 지도자 과정, 문화예술 지도사 예비과정, 그리고 초등 중등 교사들을 위한 직무연수 등이다.

'수'(www.museumsoo.org)는 대구시 수성구 범어2동 136-8번지에 자리잡고 있다. 강좌 참여와 관람 문의는 053-744-5500.



 



▲ 이정옥 작가의 '민화 태극도(8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