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수
| 로그인 | 회원가입

home 박물관 기사 > 칼럼
제목 [대구일보] 튼튼한 문화 뿌리내리도록 뒷받침 해줄 제도 필요하다
작성자 museum2017
작성일자 2017-06-01
 
 
2012년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여름방학에 세 명의 자녀를 데리고 한 어머니가 박물관을 찾아왔다. 3학년 초등학생과 유치원생까지 올망졸망 귀여운 형제들이 방문하였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의 사랑티켓 홈페이지에 4명의 인원을 예약해두고 왔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체험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 가족이 직접 사랑티켓 신청을 하고 찾아오는 일이 처음인지라 누구인지 매우 궁금했다.
무엇보다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가 더욱 궁금했다.

사랑티켓 제도는 문화관련 기관들이 사랑티켓 운영기관으로 신청하면 심사를 통과해 선정되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직접 관람신청을 사랑티켓 홈페이지에 함으로써 관람액의 일부를 지원받는 제도이다.
작게는 5천 원부터 많게는 공연금액의 50%까지 지원해 주는 제도이니 문화소비를 위한 지원금을 1인당 연간 10만 원 정도 지원받는 셈이 된다.
 
한창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자녀를 둔 가정의 입장에서는 작은 금액이 아닐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지원을 활용하여 친구와 이웃과 함께 공연과 전시, 체험을 함으로써 다양한 관계망을 형성하여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제도는 지난 1991년부터 복권기금에서 예산을 마련해 공연ㆍ전시 관람료의 일부를 지원하던 사업이다. 4세 이상 24세 미만의 개인과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년 간 10회까지 지원하였고, 단체는 년 간 1회를 제공하였다.

처음에는 주로 공연과 연극에 지원되었으나 점차 전시 및 체험활동까지 확대되어 왔다.
그동안 관객의 문화소비지원제도로 지속해 오면서 제도의 보완과 결재시스템의 정비, 예산의 조정 등 많은 변화가 있어왔기 때문에 제도의 운영도 거의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2017년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사랑티켓 지원사업의 가장 큰 미덕은 평범한 가정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기초문화시설들의 운영에 최소한의 마중물이 되었다는 데 있다. 풍성한 문화적 토양을 형성하는 두 개의 축이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원정책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이 시대의 교육과제와 거꾸로 가는 사랑티켓제도의 소멸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대답 해 주는 사람이 없다. 지방은 그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 제도의 존재 유무에 대한 관심조차 없다.
언덕길을 걸어오느라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식히며 전시장을 잠시 둘러보는 사이에 어떻게 알고 왔는지 물어보았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데 대구가 친정인지라 대구의 사랑티켓기관을 검색해서 이곳으로 찾아왔다고 했다. 경기도에서는 사랑티켓 사업기관도 많고 또한 그 제도를 시민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과 경기지역에서 사랑티켓예산의 90%가 소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사랑티켓 제도가 공연은 많이 지원하지만 전시나 체험 활동지원이 부족했는데 마침 대구에 있어서 일부러 왔다고 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렇게 뜨거운 날 먼 길 까지 차도 없이 찾아온 엄마의 모습은 맹모삼천지교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루 종일 박물관에서 체험활동을 하며 즐거워하던 그 어머니는 지금 없어진 사랑티켓제도를 알고 어떤 생각이 들까? 교육문화정책들은 하루아침에 결과를 낼 수 없는 일이다.
급변하는 시대이지만 평범한 시민들 속에서 튼튼한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고 그것을 지지해주던 사랑티켓 제도가 다시 복원되길 빌어본다. 2017.04.02
 

이경숙
수 박물관장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