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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구일보] 마음으로 학생 대한 선생님 교육 미래 밝히는 꽃이다
작성자 museum2017
작성일자 2017-06-01

 
오래 잊히지 못하는 죽음이 있었다.
대학시절 농과대학에 계신 교수님이셨는데 가끔 연구실에 외부손님들이 오면 필자를 참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소개하셨다.
그 때문에 정말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말 한마디도 잘하지 못하는 제자를 격려해 주기 위해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결혼 후에도 편지를 써서 보내주기도 하셨는데 항상 그 속에는 ‘열심히 한다’는 칭찬의 말이 들어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 등록금이 필요했는데 교수님께서 책의 삽화를 그려달라고 해서 그 돈으로 대학원등록금을 마련하였다.
잘 그리지도 못하는데 기회를 주시고 등록금을 마련해주셨던 것이다.
5월 어느 날 교정에 민들레가 한창 노랗게 피었을 때다.
무슨 일인지 바짝 야윈 교수님은 위장 장애여서 민들레를 캐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위가 아프시면 병원을 다녀오시지 왜 민들레를 캐실까 하고 의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암 선고를 받으셨다.
 
휴양 차 계시는 시골집에 스승을 만나고자 갔다.
뼈만 남은 모습에도 눈빛만큼은 다정하고 따뜻했다.
어쩌면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만 가득할 뿐, 끝내 마지막 순간이 되고 말았다.
 
며칠 뒤에 부음을 들었다.
5월의 비가 하염없이 내린 날이었다.
한순간 용기를 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책망은 이내 서러움이 되어 소리 내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삶의 순간순간 작은 용기조차 없어서 머뭇거릴 때 그 기억을 떠올리며 애써 용기를 내기도 한다.
돌아보면 정말 열심히 하신 분은 당신이셨다.
제자들을 불러 모아 밥을 사주면서 토요일 종일을 고전을 읽으셨고, 토론을 하셨다.
그분의 열정이 제자들을 키웠던 것이다.
 
박물관도 교육하는 곳이다 보니 많은 선생님을 만난다.
그분들은 한마디 말과 한걸음까지도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다 보탠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더 큰 마음으로 열정과 사랑이 가득한 한 사람을 만났다.
학교 지역운영위원이라는 직책을 맡으면서 그분을 좀 더 가까이서 보게 되면서 학생들을 위한 뚜렷한 신념과 열정에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학교 전체에 공감교육의 하나인 ‘마미눈 운동’을 전개하는 권연숙 교장선생님이 그분이다.
권연숙 교장선생님은 2015년 남부교육청 교육장이었던 시절 2년 연속 대구지원청 교육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것은 3행동실천운동의 ‘마미눈’공감교육의 성과였다.
‘마음으로, 미소로, 눈맞춤으로’라는 슬로건으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정으로 만나고자 하는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이자 실천운동이 ‘마미눈 운동’이다.
그러나 그분에게도 스승이 있었으니 바로 ‘어머니’였다.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어머니를 ‘마미눈 공감교육’의 원조라고 말한다.
공감하는 마음을 물려주신 어머니에게 대한 무한한 감사와 추억을 담은 ‘어머니’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책의 말미는 이렇게 끝이 난다.
“소망이 있다면 그 위대한 인격의 면모가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길 소망한다.
간절히, 진정으로 간절히…”
어머니를 가슴에 품고 더 큰 어머니로 거듭나는 교장선생님은 사회를 밝히고 교육의 미래를 밝히는 한 송이 꽃이다.
그 꽃 같은 스승과 어버이가 있는 5월은 참 행복한 달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끊임없는 격려로 제자를 키워주신 나의 스승에게도 민들레 한 송이 떠나 보낸다.
2017.04.30

이경숙
수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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