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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구일보] ‘작고 사소한 것의 소중함 ‘조각보’ 만들며 느껴본다
작성자 museum2017
작성일자 2017-08-10

까르르 아이들은 연신 천들을 흔들며 즐겁다.

수업시간이 왜 저리 소란스러울까? 무엇을 하는 걸까?

어머니들은 잠시 커피를 마시면서도 귀는 아이들을 향해 꽂혀 있고 가끔 눈길을 준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들 작업을 위해 천들을 고르고 바구니에 담느라 소란스럽다.

헝겊조각들과 그 위에 장식할 형형색색의 단추며 진주구슬, 물고기모양 나무 조각이며 핀들도 고른다.



천은 자유롭게 선택하지만 부자재들은 제한된 개수 안에서 신중히 골라야 하기 때문에 고민과 갈등의 시간이다.

자신의 바구니에 준비물을 고를 시간이 끝났다.

가득 놓였던 색색의 헝겊들도 치워졌다.

아이들은 제자리에 가 않는다.

채 가져오지 못한 장식물이 눈에 아른거리고, 바꾸고 싶은 천들도 생각난다.



잠시 마음을 고르고 어떤 모습의 조각 보자기를 만들어 볼지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이미지의 상상이 끝나면 한 번 더 재료선택의 기회를 준다.

이제 더 신중해졌다.

처음처럼 소란스럽지도 않고, 조심스런 마지막 선택에 약간은 상기된 얼굴이 사랑스럽다.



이처럼 언제나 우리 앞에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오롯이 자신의 선택만이 놓여 있다.

지금 보자기의 색깔과 장식물의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의 작품들이 만들어질 거고, 아쉬움과 만족이 교차할 터이다.



이제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조각보 이야기를 듣는다.

만져 보았던 천들의 느낌을 따라 옛 어머니들의 조각보를 조금 더 가까이 느끼게 될 것이다.



낡고 헤어진 옛 조각보를 한 점 꺼내오면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질문이 시작된다.

왜 이렇게 조각조각 이었을까요?

천이 귀한 시절 손톱보다도 더 작은 천도 모아두었다가 보자기를 만들었지만 그보다는 그 천들이 모두 자식이나 남편, 시부모님들의 옷을 만들고 남은 조각들이기 때문에 소중한 이들의 옷 조각들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수를 놓고 조각보를 만든 옛 여인들의 마음속에는 작고 사소한 것을 함부로 하지 않는 공경과 사랑이 가득했다.

그 사랑은 작은 천 조각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아름다움의 본질적인 가치는 생명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아름다운 조각보를 기워 낸 어머니의 매운 손끝과 결핍에서 승화된 지혜로움과 사소한 것조차 소홀히 대하지 않는 경(敬)의 철학이 빚어낸 것이 조각보이다.



이문열 작가는 ‘선택’에서 할머니라는 의미는 자신의 자식만을 돌보는 어머니의 테두리를 벗어나 사회적 약자를 두루 돌보는 애민(愛民)의 마음을 지닌 더 ‘큰’ 어머니를 할머니라고 이른다 했다.

그것이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그런 큰 어머니들이 한국의 사회를 든든히 바치고 있는 주춧돌인 것이다.

아이들은 바늘귀에 실을 거느라 집중하고, 조심스럽게 바느질을 한다.



흩어진 것을 모으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바느질을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마음도 이렇게 아름답게 원하는 대로 꿰맬 수 있다고 말해준다.

바느질이 끝났다면 모두 한 벽에 모은다.

커다란 지구가 만들어졌다.

형형색색의 조각천들이 하나의 조각보를 만들었고 더 큰 하나가 되었다.

아이들은 이 시간 조각보를 만들면서 작고 사소한 것의 존재도 소중하며 서로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란 것을 이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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