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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구일보] 아이들에 사과·용서통해 마음을 회복할 기회 줘야 2017.07.23
작성자 museum2017
작성일자 2017-08-10

상담시간에 ‘사과데이’ 수업이 이뤄졌다.

“친구야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날씨는 더웠지만, 사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했고, 서로 손을 들어서 답을 했다.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들어온 100년 된 청라언덕의 사과나무, 평광동의 80년 된 사과이야기에 이어 “내가 기억하는 사과이야기”가 이어졌다.

도시학교인데도 의외로 5~6명의 학생이 손을 들어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과수원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도 할머니 댁을 가면 어김없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봄에는 노란 민들레들이 지천이었는데 할머니는 그 민들레꽃 들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사과나무 아래의 예쁜 민들레를 왜 뽑아내야 하는지 알길 없었지만 시키는 대로 한 아름씩 뽑았던 기억이 난다.



사과이야기는 고대 북유럽신화의 아둔 여신의 사과, 스피노자의 사과, 빌헬름 텔의 사과, 뉴턴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사과로 이어진다.



중국에서는 시집가는 신부의 가마 안에 사과를 던져 넣어 신부의 평안을 빌어주는 풍습이 있다.



또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서로의 평안을 빌어주며 사과를 선물하기도 한다.

그 까닭은 평안(平安)의 중국어 발음이 핑구어라고 발음하는 사과의 중국어 발음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사과데이가 사과한다는 의미로 지난 2002년부터 시민단체들에 의해 학교 폭력 예방과 인성교육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 뒤 2005년 농협에서는 공식적으로 ‘애플데이’를 특허등록하였고 사과 농산물 마케팅과 결합한 사과데이 행사를 확대했다.



수업시간에 사과오자미를 만들었고, 고마운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바구니에 던져 넣는 게임도 끝나고, 정수리에 사과를 올려놓고 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걷는 놀이도 끝나고 아이들의 책상 위에는 사과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워크시트지가 놓여 있다.



이제 이 칸에 미안했던 일들을 기억하고 써보는 시간이다.

아직 놀이의 웃음이 채 가시지 않은 아이들은 선생님의 주문에 “미안했던 일들이 없으면 어떻게 해요”하고 묻는다.

고마웠던 일들을 기억해서 채우면 된다고 대답하면서 미안한 일들이 없는 날들은 얼마나 행복한 날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학생들이 몰입한 짧은 시간 한 학생의 손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선생님 제가 사과하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지금 꼭 하고 싶어요.” 그 학생의 용기에 놀랐다.

내용은 친구를 놀린 적이 있어서 모든 친구 앞에서 사과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과를 받는 친구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져 있었고 시간이 걸렸다.

결국 진심어린 친구의 사과 덕분에 사과를 내민 손을 잡았다.

친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박수를 받으며 환히 웃고 있는 얼굴 위로 지난가을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서 그 자리에서 한입 베어 물고 사과가 “너무 맛있어요” 하며 행복해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 환한 미소를 보면서 “그 사과가 맛있는 것은 흙의 마음이 고스란히 네게 전해졌기 때문이란다”라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사과와 용서는 흙처럼 생명있는 본성의 마음을 회복하는 기쁜 일이다.

그런 기회와 시간들이 좀 더 자주 학생들과 우리 곁에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 이 시간 마음속으로 슬그머니 빨간 사과 한 알을 내밀고 있다.

부끄러워 붉어진 반성과 자책의 시간을 거쳐 내민 사과를 받아준다면 고맙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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